직장인의 통장은 밑 빠진 독이라고 하죠? 분명 난 일하고 있고 (심지어 지금도!) 직장에선 월급을 꼬박꼬박 주는데 문득 통장 명세서를 확인하면 그대로입니다. 보이스 피싱을 당한 건지 어디서 이렇게 돈이 빠져나가나 추적해보면 범인은 다름 아닌 바로 나라는 사실에 소름 끼치죠. 오늘은 이러한 직장인들의 통장이 어디서 구멍이 술술 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택출
한번 사로잡히면 끊을 수 없다는 택출! 어쩌다 한번 지각 위기에 택시를 타고 출근하게 됐는데 사람들에게 끼이는 지옥 같은 출근길을 겪지 않아도 되고 10분이라도 더 잘 수 있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그 뒤로부터 지각할 때마다 ‘커피 한번 안 사 먹지, 옷 한 벌 안 사지 뭐’라는 생각으로 택시를 이용하게 됐고, 문득 통장에서 어마어마한 돈이 빠져나간 걸 발견할 수 있죠.
문제는 택시를 끊으려니 대중교통을 타야 하고, 대중교통을 타자니 출근길 고뇌의 시간을 견디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택시의 매력이 너무나도 커 헤어나올 수 없는데요. 이럴 때 차를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죠. 하지만 기름값, 유지비에 제일 중요한 매달 빠지는 카드 할부에 더 텅장이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 무시무시한 카드 할부의 무서움을 알기에 선뜻 마음을 먹을 수 없는데 그래서 오늘도 지각의 위기에 택시를 잡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카드 할부에 대한 얘기는 다음 소제목에서 이어집니다.
카드 할부
덮어놓고 쓰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고들 하지만 당장 내 눈앞에 엄청난 할인 혜택이 있다면 안 사고는 못 배깁니다. 필요성을 느껴본 적 없는 물품이라도 일단 할인이 들어가면 왠지 필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죠. 그래서 일단 지릅니다. 내일의 일은 어차피 내일의 내가 하는 것! 다음 달 카드빚도 다음 달의 내가 갚을 것을 믿고 일단 질러봅니다. 아무리 값비싼 상품이라도 다음 달의 나, 다다음 달의 내가 힘을 합친다면 천하무적!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 게다가 신용카드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오히려 신용등급이 높아지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이득일 수도 있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계속되다 보면 카드빚이 늘어나게 되어 아무리 월급에 인센티브를 얹는다 해도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납니다. 어디서 이렇게 구멍이 새나 살펴보니 전부 내가 샀던 가방, 옷 등이죠. 월급이 들어오면 빠져나가고, 들어오면 빠져나가고 반복되면서 이제는 내 월급이 얼마인지조차 헷갈립니다. 과연 나는 언제쯤 오롯이 월급이 찍혀있는 통장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경조사
사회 생활하면 빠지지 않는 경조사. 부장님 셋째 돌잔치, 얄미운 옆 동료 사원의 결혼식, 심지어 팀장님의 할머니 장례식까지! 장소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은 둘째 치더라도 경조사 때 내는 조의금이나 축의금은 사실 안 부담스러울 수가 없죠. 5만 원, 10만 원씩 내다보면 어느새 내 월급의 반이 경조사비로 나가는 게 대다수. 경조사비는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나중에 내가 다시 경조사비를 받을 수 있을까는 의문입니다. (퇴사하면 그만이니까요!) 물론 경조사에 참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죽어가는 내 통장을 생각하면 오히려 내 통장 장례식을 치르고 싶은 심정이죠.
그래서 우리는 한 방편으로 경조사만 저금하는 통장을 따로 만드는데요. 갑작스럽게 큰돈이 나가는 것보다 이렇게 월급 받을 때마다 조금씩 따로 모아두면 같은 돈이 나가더라도 심리적으로 안심이 됩니다. 통장에 목돈이 모일 때마다 이 돈이면 가까운 나라로 해외여행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울고 통장도 울고 있는 것 같네요.
오늘은 내 통장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 범인들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공감이 가나요? 그런데 그 범인은 아까도 말했듯 나라는 사실~ 열심히 팩트 폭력을 날리는 이 글이 대체 누구를 위한 글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소비생활을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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