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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O LIFE/신입사원 생존기

[직장] EP.50 마지막 직장인의 아날로그 ‘명함’에 대해



 



오늘날은 기술이 발전하고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스마트한 시대입니다. 한 장 한 장 종이의 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은 E-book으로 바뀌고, 새하얀 봉투에 담긴 청첩장도 클릭 한 번으로 열리는 온라인 청첩장으로 바뀌었죠. 심지어 볼펜으로 이름과 전화번호를 썼던 맛집의 대기 명단도 이제는 대기 번호가 개인 메신저로 날라오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이 지금, 딱 한 가지 바뀌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명함입니다.



명함에 대해

 


우리가 회사에 입사하면 기본적으로 명함을 만들게 됩니다. 거래처 등 업무상 누군가를 만나게 될 때 이 명함을 주고받는데, 85×55mm의 작은 종이 하나에 회사 로고, 주소와 함께 내 이름과 직책, 내선 번호, 개인번호, 메일주소 등이 적혀 있어 이것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죠. 따라서 명함은 나를 나타내는 정체성과 다름없어요.

 

깔끔한 것이 제일 좋다고 하지만 요즘엔 개성을 드러내는 명함도 참 많습니다. 각도를 비틀어야 비로소 글자가 보이는 명함, 명함을 조립하면 하나의 모형이 나타나는 명함, 투명한 명함 등 보통 그 사람의 직업과 관련되게끔 디자인을 하는데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눈에 띄고 인상 깊게 하죠. 이제 명함은 더 단순히 정보를 나타내는 수단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증명하는 나름의 홍보물인 거예요.

 

심지어 명함 주인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명함, 직책과 이름 대신 닉네임이 적힌 명함도 등장하는데, 이런 자유분방한 명함들은 외부 미팅 시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도 하고, 대외적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젊고 창의적인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하는 지금, 명함만큼은 종이 아날로그라는 큰 틀 아래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거죠.

 

 

명함은 앞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이런 종이 명함이 앞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나요? 특히 해외에서는 종이 명함이 거의 사라지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그 사람의 페이스북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어 오히려 개인 SNS가 명함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명함처럼 일부러 갖고 다니거나 잃어버릴 일이 없고, 명함에 담긴 내용보다 더 자세하게 나를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디지털 시대에서는 명함도 온라인으로 주고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아시아에서는 얼굴을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면문화가 살아있기 때문에 이러한 온라인 명함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는데요. 도입에서도 얘기했듯 청첩장도 가까운 사람들에겐 온라인보다 종이 청첩장을 건네주듯, 얼굴을 보며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주는 게 정성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그저 종이명함을 찍으면 저장이 되는 명함 관리 서비스 앱이 새로 생겼을 뿐 SNS가 명함을 대신하는 일은 아마 쉽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명함이 아예 디지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명함에 QR코드를 인쇄해 그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자신을 나타내는 홈페이지가 뜨기도 하거든요. 여러분은 명함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계속 아날로그를 고수해올지, 아니면 SNS가 명함을 대신하게 될지 명함의 변화가 기대됩니다.

 

 

일본의 수필가 오다이라 가즈에는 종이에는 감촉과 주름과 두께라는 물리적인 실감이 있다. 거기에 필적이나 잉크의 질감, 때로 눈물 자국이라는 감상적인 느낌까지 포함해 기억이나 시간의 퇴적이 시각화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아무리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 하더라도 아날로그 고유의 느낌은 흉내 낼 수 없다는 말이겠죠. 명함(名銜), 이름을 마음에 품는다는 뜻을 가졌기에 명함은 아직 아날로그 형태를 고수해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